ADHD 치료제 남용·중독 심각
미국에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 등의 중독과 남용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성인 ADHD 환자 25%가 약물 남용…9%는 중독 수준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가 19일(현지시각) 미국의사협회지 정신의학(JAMA Psychiatry)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 ADHD 환자의 약 25%가 처방받은 치료제를 남용하고 있으며,
9%는 처방 각성제 중독(PSUD, Prescription Stimulant Use Disorder)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연구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내 약물 사용 및 건강 조사에 참여한 성인 ADHD 환자 83,76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조사 결과, ADHD 약물을 복용한다고 밝힌 응답자의 25%가 처방 없이 복용했거나, 처방량보다 많은 양을 섭취하는 등 남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복용자의 9%는 PSUD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중 73%는 "자신이 처방받은 각성제만을 정량 사용했다"고 답했지만, 이는 처방을 지켜도 중독 위험이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암페타민 계열 더 위험
ADHD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메틸페니데이트(제품명: 리탈린, 콘서타)와 암페타민(제품명: 아데랄) 등 각성제는 중독 증세를 일으킬 수 있는 약물입니다.
특히 약물 종류에 따라 위험성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암페타민 계열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는 메틸페니데이트 복용 환자보다 처방 약물 남용 위험이 3.1배, PSUD 발병률이 2.2배 높았습니다.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ADHD 진단과 각성제 처방이 증가하면서, 각성제 중독이나 남용 사례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약물 중독을 숨기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 남용 수준이 조사 결과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주요 ADHD 치료제 중 하나인 암페타민은 국내에서는 마약류로 분류되어 치료제로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암페타민 계열 약물은 일정 용량 이상 복용하면 정신병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메틸페니데이트 계열 약물이 '공부 잘하는 약' 또는 '집중력 높이는 약'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ADHD 약물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주로 처방되는 콘서타나 메디키넷 등 메틸페니데이트 성분 약물의 수요가 급증해 최근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태엽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마약류인 ADHD 치료제를 공부 잘하는 약으로 먹고 있다는 얘기들을 많이 접한다"며,
"이런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메틸페니데이트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이는 과학적 근거가 거의 없는 주장"이라며
"장기적으로 학업 성과를 향상시킨다는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내 의료용 마약 처방 2천만 명 돌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용 마약류 월간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료용 마약류 처방 환자 수는 2,001만 명으로 집계돼 사상 처음 2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1년 전(1,990만 6천 명)보다 10만 4천 명(0.5%) 증가한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처방 건수는 1억 205만 건으로 약 1.4% 줄었지만, 처방량은 오히려 1.7% 늘었습니다.
- 프로포폴 등 마취제가 가장 많이 처방되었으며, 1,216만 명이 처방받아 1년 전보다 2.7% 증가했습니다.
- 트라이졸람 등 최면진정제는 960만 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 펜타닐 패치 등 진통제는 288만 9천 명으로 1년 전보다 7% 감소했습니다. 관련 규제와 단속 강화로 4년 만에 다시 200만 명대로 줄어든 것입니다.
특히 ADHD 치료제 처방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ADHD 약 처방 환자 수는 33만 8천 명으로 전체 의료용 마약류 중 가장 적은 규모였지만,
1년 전보다 무려 17% 증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2020년 14만 3천 명과 비교하면 4년 사이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치입니다.
이로 인해 대표적인 ADHD 약인 얀센의 '콘서타'는 지난해 말부터 공급 부족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ADHD 치료제는 분명 필요한 사람에게는 효과적인 치료 약물이지만,
'공부 잘하는 약', '집중력 높이는 약'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함께 오남용·중독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드러난 심각한 실태와 함께 국내에서도 ADHD 약 처방과 사용이 급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적절한 관리·감독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