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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스토너 독후감,철학과 삶과 죽음,느낀 점

by 올라운더 LEE 2025. 5. 9.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 책 표지
존 윌리엄스 - 스토너

 

존 윌리엄스-스토너 독후감

조용한 인생, 그러나 위대한 삶의 서사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외형적으로는 그 어떤 드라마틱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하다 못해 심심한 인생을 그린다. 하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독자는 묵직한 감정의 여운에 사로잡힌다. 그것은 이 소설이 그려낸 ‘삶’이라는 것이 단순히 성공이나 실패, 기쁨이나 슬픔의 총합이 아닌, 그 모든 감정의 균형과 내면의 충실함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스토너』는 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조용하지만 깊고 진지하게 던진다.

윌리엄 스토너라는 인간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에 진학하면서 농학을 전공하지만, 문학 강의를 들은 이후 인생이 바뀐다. 그는 문학에 매료되어 전공을 바꾸고, 학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교수가 되어 한 대학에서 평생을 보낸다. 커리어의 하이라이트도 없고, 명예로운 상도 없다. 결혼은 불행했고, 딸과의 관계는 점점 소원해졌다. 연인과의 사랑도 끝이 있었고, 학문적으로도 많은 벽에 부딪힌다.

스토너는 눈에 띄는 ‘영웅’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놀랍도록 고결하다. 그는 인생의 고통스러운 사건들 앞에서도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지극히 수동적인 인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의 수동성은 회피가 아닌 인내의 표현이며, 체념이 아닌 수용의 방식이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의미를 되새기며 살아간다.

스토너는 자기 삶에 충실한 인간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진정으로 위대한 이유다.

평범함 속의 고결함

스토너는 흔히 말하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평범함의 극치를 달리는 인생이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과 철학은 깊이 있다. 대학에서의 고군분투, 결혼 생활의 실패, 딸 그레이스와의 단절, 그리고 학문에 대한 집요한 애정은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상의 일부이지만, 작가는 이를 치밀하고도 섬세하게 묘사한다.

특히 작중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 중 하나는 스토너가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는 순간들이다. 그는 학문을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닌, 삶의 의미를 찾는 통로로 여긴다. 대학 내 권력 싸움에서도 그는 타협하지 않으며, 오히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다. 이처럼 스토너의 고결함은 요란하지 않으며, 그의 정직함은 오히려 조용한 혁명처럼 다가온다.

철학과 삶과 죽음

오늘날 우리는 성공을 향한 강박에 시달린다. 명예, 부, 권력, 인기, 인정받는 삶을 이상적인 것으로 여기며, 그에 이르지 못하면 실패자로 낙인찍는다. 그러나 스토너는 이런 통념을 조용히 깨뜨린다.

스토너는 세속적인 기준으로 보면 실패한 인물이다. 그는 교수로서 눈부신 커리어를 쌓지 못했고, 가정은 붕괴되었으며, 인간관계에서도 고독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삶을 살았다. 문학을 사랑했고, 학문에 헌신했으며,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삶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그는 진정한 승자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바라는 삶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삶을 위해 무엇을 감수할 수 있는가?”

언어와 문체의 힘

존 윌리엄스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깊이가 있다. 수사적인 과장이 없고,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페이지마다 고요한 감정의 파동을 느끼게 된다. 이런 문체는 스토너라는 인물의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차분하고, 침착하고, 결코 요란하지 않지만, 진실하고 단단하다.

특히 마지막 장면, 스토너가 죽음을 앞두고 책을 손에 쥐고 그것을 내려놓는 장면은 독자에게 심오한 감동을 안겨준다. 그것은 단순히 생의 마지막이 아닌, 하나의 완결된 삶에 대한 아름다운 이별이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을, 윌리엄스는 언어로 담아냈다.

문학의 힘, 그리고 사유의 가치

스토너가 문학을 통해 자기 삶의 길을 발견했듯이, 이 작품을 읽는 독자도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무엇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가? 나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 나는 그 길을 걷고 있는가?

스토너는 문학이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이해하는 도구임을 보여준다. 그가 문학을 사랑한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고통과 사랑, 희망과 절망을 가장 진실하게 담아낼 수 있는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스토너』는 바로 그런 문학의 본질적인 가치를 되살린다.

무너진 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너의 결혼 생활은 끔찍했다. 아내 이디스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며, 스토너를 철저히 통제하려 한다. 딸과의 관계는 결국 붕괴되고, 딸은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버린다. 연인 캐서린과의 사랑은 짧았지만, 그에게 삶의 한 줄기 빛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너는 무너지지 않는다. 사랑이 끝났기 때문에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며, 외로움이 있다고 해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잃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기 안에서 의미를 찾는다. 관계의 실패가 곧 인생의 실패가 아님을 스토너는 증명한다.

느낀 점

스토너가 전 세계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유는, 누구나 자신의 삶 안에서 스토너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성공도 실패도 아닌, 그저 매일의 하루를 살아내는 그 모든 평범한 사람들. 그들은 회사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조용히 자신의 삶을 견뎌낸다. 화려하지도, 요란하지도 않지만, 그들의 삶 역시 고유하고 아름답다.

스토너는 우리에게 말한다. 삶은 반드시 위대한 것이어야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며, 조용한 삶에도 위대함이 숨어 있다고. 그것을 아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삶을 이해할 수 있다고.

의미 있는 실패, 그리고 아름다운 인생

스토너는 실패한 인생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을 덮은 독자는 깨닫게 된다. ‘실패’와 ‘성공’의 이분법은 삶을 설명하기에 너무 단순하다는 것을. 진정한 인생의 의미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선택하고 감내하며 살아가는 그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스토너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너의 인생을 살아라. 누구의 것도 아닌, 너 자신의 인생을.”

그 한 문장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문장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