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폭락하는데 한국은 버틴다
올해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그 추세가 더욱 확고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의 절대적인 강세가 흔들리는 반면, 오랜 기간 부진했던 증시들이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죠.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몇 개월 더 지속된다면, 단순한 일시적 반등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추세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국장’이라는 표현은 한국 주식시장을 자조적으로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정체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올해 들어 한국 증시는 오랜 침체를 벗어나 반전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작년에 한국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던 미국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 투자자가 모인 곳이 국장이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반전된 흐름
2025년 현재 한국 코스피 지수는 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5% 후반의 상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반면, 미국 S&P500 지수는 -4.5%, 나스닥 지수는 -9.5% 하락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나스닥 지수는 고점 대비 -13% 이상 급락하며 본격적인 하락 추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개별 종목을 살펴보면, 한국 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한 종목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집니다. 테슬라는 -45% 가까이 하락했고, 엔비디아는 -20% 하락했으며, 애플은 -9.16%, 마이크로소프트는 -9.8% 하락했습니다. 팔란티어는 +1% 상승했지만, 올해 고점 대비 -38% 하락했고, TQQQ 역시 -24% 하락, 알파벳은 -12% 하락했습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미국 기술주들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죠.
한국 증시의 상대적 강세는 한두 번의 우연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나스닥 지수가 -4% 넘게 급락한 날에도 한국 증시는 코스피 -1.28%, 코스닥 -0.6% 정도의 하락에 그쳤습니다. 과거 같았으면 코스피가 -3%, 코스닥이 -4% 이상 폭락하며 시장이 공포에 휩싸였겠지만, 이번에는 의외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수급이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점입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6조 5천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의외로 탄탄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연기금의 매수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이는 단순한 방어적 매수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증시가 선전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해답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화에 있습니다. 오랜 기간 한 방향으로 쏠렸던 자금 흐름이 변하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로 향하던 자금이 더 이상 빠져나가지 않으면서, 한국 증시를 포함한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죠. 특히 미국 증시는 각종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둔감해지면서 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화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 증시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중국 증시 역시 2015년 버블 붕괴 이후 10년 가까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다가 올해 들어서는 의외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지난 10년간 승승장구하던 미국과 일본 증시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10년 주기의 금융시장 변화를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10여 년 전, 한국 코스피 지수와 미국 S&P500 지수는 2,000포인트를 기준으로 상반된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후 미국 증시는 지속적인 상승을 기록하며 6,000포인트를 넘어섰고, 한국 증시는 여전히 2,500포인트 근처에서 정체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미국 증시는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장기간 부진을 겪었고, 당시 한국 증시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나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과거 10년간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는 무조건 상승, 한국 증시는 희망이 없다’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지만, 이제는 그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고평가와 저평가가 뒤바뀌면서 글로벌 자금의 흐름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죠. 미국 증시는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조정을 받고 있고, 한국 증시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만, 한국 증시의 현재 흐름을 보면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와 달리, 한국 증시가 2,500포인트 부근에서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과거의 패턴이 반드시 반복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과연 이번에는 ‘못난이 증시’라는 별명을 가진 한국 증시가 진정한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시장 흐름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