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일론 머스크 (월터 아이작슨)
일론 머스크. 이름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된 사람이다. 테슬라, 스페이스X, 뉴럴링크, 스타링크, 최근에는 트위터(X)까지. 현대 기술과 산업의 거의 모든 핵심 키워드 뒤에는 그가 존재한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를 ‘천재 CEO’, 혹은 ‘돈 많은 괴짜’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뒤, 그에 대한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해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 그대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책의 초반부, 어린 시절의 머스크는 오히려 지금의 성공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남아공에서 자랐던 그는 책과 컴퓨터에 빠져 지냈고, 심한 학교 폭력에 시달렸다. 감정 표현에도 서툴렀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이런 어린 시절이 오히려 지금의 비인간적일 정도로 이성적이고 냉철한 머스크의 성격을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는 아주 어릴 적부터 사람에게 상처받는 법을 배웠고, 그래서 기계와 논리에 몰두하며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것 같았다.
그의 삶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였다. 스페이스X를 창업하고 로켓을 쏘아 올리는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를 겪는다. 한 번 실패해도 멘탈이 크게 무너질 수 있는데, 그는 세 번 연속 실패하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전 재산을 쏟아 부어 겨우 성공시킨 그 장면에서는 숨이 막힐 정도로 긴장감이 느껴졌다. 아마 나라면 그 첫 번째 실패에서 회복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이 사람이 천재인 이유는 결국 ‘생각’이 아니라 ‘실행’과 ‘버티는 힘’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책은 머스크의 이런 빛나는 면만 보여주진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면모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직원들을 새벽에도 깨워가며 일을 시키고, 팀원들이 아무리 완성도가 높다고 해도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만들게 한다. 직원을 수단으로만 이용하는것 같아 굉장이 씁쓸했던 부분이였기도 하다. 사업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는 주변 사람들에게 분노로 표출되고, 심지어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무자비했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그는 철저히 목적 중심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이상하게도 머스크가 밉지 않았다. 그의 행동이 옳다거나 정당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그는 세상을 움직이는 '진짜'였기 때문이다. 그는 말뿐인 혁신가가 아니라, 말 그대로 현실을 바꿔버리는 사람이었다.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던 전기차의 대중화, 민간 우주여행, 지구 밖에서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까지. 어쩌면 '미쳐야 미친다'는 말이 머스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읽으면서 내 삶과 너무 비교가 돼서 솔직히 좀 우울하기도 했다. 나는 늘 안정적인 길을 찾아가려고 애썼고, 실패를 두려워했고, 남들이 뭐라 할까 눈치 보며 살아왔다. 그런데 머스크는 그런 것들 따윈 아예 관심조차 없다. 오로지 목표만을 바라보며 달리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부끄럽게도 잊고 살았던 '진짜 꿈꾸는 법'을 다시 떠올렸다.
결국 이 책은 내게 단순한 위인전이 아니라, 하나의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너는 얼마나 간절히 꿈을 꾸고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나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누군가 내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늘 얼버무리기 바빴고, 현실적이란 이유로 스스로를 포장하며 적당히 타협하고 살았으니까.
『일론 머스크』를 읽고 나니, 나도 한 번쯤은 미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뭐라 하든, 실패가 두렵더라도,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찾아서 끝까지 가보고 싶다. 물론 머스크처럼 모든 걸 내던지고 살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작은 도전이라도 시작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내게 굉장히 큰 자극이자, 인생의 전환점 같은 책이었다. 앞으로 뭔가 망설여질 때마다 이 책을 떠올릴 것 같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넌 지금 꿈꾸고 있냐고, 그리고 그 꿈을 위해 움직이고 있냐고."